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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한 시대에서 살아가는 똑똑한 사람

by 디룸 2024. 4. 15.

IMF 이후에 우리 사회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성장률이 2~3%대로 고정되면서 저성장 사회가 되고, 한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어요. 산업의 구조도, 주문을 받아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여 납기일을 맞춰주는 하청업체 중심에서, 반도체나 전자기기, 자동차를 수출하는 원청업체 중심의 나라가 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기죠. 각 산업에서 선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이미 짜여서 누구나 알고 있는 매뉴얼을 따르는 방법으로는 도무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게 된 거예요. 성실, 끈기, 책임감, 열정으로 대표되는 기존 인재들의 방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지식의 가치도 변했어요. 인터넷이 보급되고 손안의 모바일로 언제든 온라인 상태가 된 사람에게 지식은 검색만 하면 손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지, 외워두어야 하는 의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서울역 맛집이 어디 있는지 훤히 아는 분이 있어서, 그분에게 물어보면 내일 출장가기 전에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지 해결되는 시대에서, 굳이 그런 분과 친분이 없어도 그냥 모바일로 검색하면 서울역에서 갈 만한 식당이 어디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에요. 검색을 통해 지식에 접근 가능해지면서 이제 단답형의 파편적인 답은 중요하지 않아요. 서술형 답이 중요해집니다.

지식을 연결하고, 인과나 상관관계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답이 경쟁력을 가진 답이 되는 것입니다. 작년에 어떤 물건이 많이 팔렸고, 가장 인기를 끈 물건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이제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가 되니까, 그런 물건을 보면서 트랜드를 찾아내고 그에 따라 내년에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가 많이 팔리게 될지 예측하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암기 형태의 단답형 답이 전제하는 질문은 역시 단순한 스타일의 질문이었어요. 하지만 단답형 답이 더이상 경쟁력이 없는 시대에, 서술형 답의 시대에는 질문도 달라집니다. 질문에 따라 답은 얼마든지 유도 가능하니까, 질문이 중요한 시대가 되는 거죠. 예를 들어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어느 나라가 싸운 거지?' 라는 질문의 답은 그냥 단답형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입니다. 그것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시이에 격차가 존재하던 것이 IMF 이전의 시대라면, IMF 이후의 시대, 어떻게 생각하면 검색의 시대가 되면서부터는 이 격차는 제로에 수렴하게 되었어요. 검색하면 되니까요. 그러니 이제 질문 디자인부터 바뀌어야 유용하고 경쟁력 있는 대답이 나와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 세계에서 우리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사람인 거죠. 아테네와 스파르타 양강 체제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은 주변 약소 폴리스들의 사정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서, 어떤 선택을 한 폴리스가 현명하게 살아남는지 보여줌으로써 지금의 우리에게 갈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고요.